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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클럽 시청회] 내 달팽이관이 소리를 낸다고요? Nura Nuraphone

2019-06-19








하이파이클럽 x 누라폰

시청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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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 세상 모든 헤드폰은 고양이가 그러하듯 사람을 집사 취급했던 것 같습니다.

주인 표정과 기분을 유심히 살피는 일 따위는 강아지에게 어울릴 뿐,

자신은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할 테니 주인은 밥과 잠자리만 제공해주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자신은 주어진 스펙에 맞춰 최선의 소리를 낼 테니

유저는 그냥 좋은 음원과 헤드폰 앰프를 붙여주면 된다는 투였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헤드폰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276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의 주인공인 Nuraphone(누라폰)입니다.

이 블루투스 헤드폰이 유저가 고음에 민감한지 아니면 중저음에 민감한지,

그리고 그 민감한 정도가 몇 dB 차이인지까지 귀신같이 알아채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유저 특성에 최적화한 소리를 실시간으로 들려주는 사실이 더 놀라웠습니다.

시청회에서 직접 테스트를 해보고 여러 음악을 들어보니

누라폰은 마치 유저를 주인처럼 섬기는 충직한 반려견 같았습니다.






외관과 스펙




시청회에는 여러 대의 누라폰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누라폰의 탄생 배경 같은 것은 뒤에서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외관과 스펙부터 살펴봤습니다.

누라폰은 일단 블루투스 헤드폰입니다. 블루투스 코덱은 퀄컴 aptX-HD를 썼고,

한번 완충하면 최대 20시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충전은 오른쪽 이어컵에 있는 USB-A 단자를 이용하면 됩니다.

또한 누라폰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입니다.

즉, 충전된 전기를 일부 이용해(액티브),

마이크로 캐치한 외부 소음과 정반대되는 위상의 신호를 쏴 소음을 없애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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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누라폰의 다른 스펙을 일반 헤드폰 기준에 맞춰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1) 밀폐형 헤드폰이다.

2)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2개 썼다. 하나는 고음용(직경 15mm), 다른 하나는 중저음용(40mm)이다.

3) 헤드밴드는 스테인레스 스틸, 이어컵은 알루미늄, 안쪽 이어패드는 실리콘 재질이다.

4) 재생 주파수대역은 20Hz~20kHz, 왜율은 1% 미만, 신호대잡음비(SNR)는 125dB 이상이다.

5) 무게는 329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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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어패드 안쪽 디자인이 독특합니다.

이어컵은 분명 오버이어 헤드폰인데, 그 안쪽에 인이어 이어폰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입니다.

것이 바로 특허를 받은 ‘Inova’(이노바) 설계라는 것으로,

말 그대로 인이어 이어폰과 오버이어 헤드폰을 하나의 이어컵 안에 모은 것입니다.

물론 인이어 이어폰은 안쪽에 15mm 직경의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들어있고 고음을 담당하고,

실리콘 패드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안쪽에는

중저음을 담당하는 40mm 직경의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들어있습니다.

써보면 신기하게도 이어폰 끝에 달린 이어팁이 귀에 쏙 들어옵니다.




왜 이렇게 특이하게 설계를 한 것일까요. 누라폰에서는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1) 고음과 중저음을 분리해 소리의 선명도를 높인다,

2) 외부 소음을 인이어 이어폰으로 한 차례, 오버이어 헤드폰으로 다시 한 차례,

이렇게 2차례에 걸쳐 차단한다,

3) 접촉면이 2곳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헤드폰이 귀에 잘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다.


역시 특허를 받을 만합니다.





나만의 히어링 프로파일 만들기





누라폰의 놀라운 매직은 지금부터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신만의 헤드폰을 만드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지요.

우선 시청회 참석자분들은 스마트폰에 ‘nura’(누라)라는 전용 앱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물론 누라폰과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페어링 작업을 마친 다음의 일입니다.

누라 앱을 깔고 자신의 이름과 나이, 성별을 입력하면 누라폰에서 여러 신호가 60초가량 들려옵니다.

그리고는 앱에 자신의 청각 특성이 기하학적 모양으로 그려집니다.

이 그림이 바로 유저의 ‘Hearing Profile’(청각 특성)을 나타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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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링 프로파일을 보는 법은 이렇습니다.

12시에서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유저의 저음, 중음, 고음 특성을 나타내고,

그래프가 바깥으로 튀어나올수록 해당 대역에 민감합니다.

위의 예시 그림의 경우, 해당 유저는 저음은 둔감하고 고음은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고음 및 중저음도 잘 듣네요. 그렇다면 이 유저는 같은 곡이라도 고음이 강조될 경우

‘어? 헤드폰 소리가 좋은데?’라고 느낄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대로 저역에 아무리 에너지가 실리더라도 큰 차이는 많이 못 느낀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러면 누라폰은 60초가량 여러 신호를 쏴준 것만으로 어떻게 저마다의 청각 특성을 알 수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 일반 사람들은 잘 몰랐던 우리 귀의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귀 음향 반사(Otoacoustic Emission. OAE) 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 귀 안에 있는 달팽이관(cochlea)은 고막(ear drums)으로부터 전달받은 진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우리의 뇌로 보내주는 일을 하지만,

동시에 고막으로 미세한 신호를 다시 내보내 주는 일도 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달팽이관이 고막을 향해 다시 쏴주는 신호는

자신이 받은 신호의 1만 분의 1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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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누라폰은 이 달팽이관이 내준 소리를 내장 마이크로 읽어들여 유저의 청각 특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달팽이관의 출력 신호에는 유저가 각 주파수에

어느 정도 반응하는지를 알려주는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이죠.

만약 유저가 모든 대역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듣는다면

누라 앱에는 히어링 프로파일이 거의 둥근 원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고음에만 민감한 유저라면,

누라폰은 스마트폰 누라 앱에 입력된 유저의 히어링 프로파일에 맞춰

고음을 좀 더 부스트해 들려줄 것입니다.





누라폰의 탄생배경





그러면 이런 신기한 헤드폰은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요.

누라폰은 호주 멜버른에 본사가 있는 누라(Nura)가 만들었습니다.

2016년 킥스타터 닷컴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크라우드 펀딩을 이끌어낸 바로 그 주인공이 누라폰입니다.

킥스타터닷컴에 아직도 그 기록이 남아있는데,

펀딩 기간은 2016년 5월 16일 ~ 7월 15일(60일)이었고, 총 7730명이 10만 398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당시 누라폰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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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eadphones that learn and adapt to your unique hearing.

(여러분만의 청각을 파악해 맞춤형 사운드를 제공하는 헤드폰)

2) Nuraphones have an in and over ear design and automatically tune

to your unique hearing i 30sec.

(인이어와 오버이어 헤드폰 디자인이며, 30초 만에 여러분만의 청각 특성에 자동으로 특화된다)



지금 보니까 당시 유저의 히어링 프로파일을 파악하는 시간은 '30초'라고 밝힌 점이 눈길을 끄네요.

하지만 양산 제품은 위에서 말한 대로 60초로 늘어났습니다.

당시 공개됐던 누라폰 디자인도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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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라폰을 만든 사람은 누라 공동 설립자이자

현 CTO인 청각 전문병원 의학박사 루크 캠벨(Luke Campbell)입니다.

달팽이관의 귀 음향 반사 원리를 이용한 데서부터

제작자는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역시 청각 전문의였군요.

여기에 퀄컴 엔지니어 출신인 드라간 페트로비치(Dragan Petrovic)가 제품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현재 누라 CEO인 드라간 페트로비치는

하이파이클럽과 인터뷰에서 루크 캠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제 파트너인 닥터 루크 캠벨은 공동 창업자이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죠.

원래 전공은 이비인후과, 그중에서도 귀와 관련된 쪽입니다.

고막 재생이나 달팽이관 문제를 수술로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히어링 사이언스'(Hearing Science)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실제로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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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테스트 : 사용자 지정 vs 중립




시청회 2부에서는 참석자분들이 자신의 히어링 프로파일을 만든 후 본격적인 AB테스트를 해봤습니다.

한글화된 누라 앱에 보면 ‘사용자 지정됨’과 ‘중립’이라는 옵션이 있는데,

‘사용자 지정됨’이 바로 히어링 프로파일에 맞춰 음악을 듣는 것이고,

‘중립’은 이와 상관없이 원래 입력된 음악을 그대로 듣는 것입니다.

‘중립’은 결국 누라폰을 그냥 일반 헤드폰으로 활용하게 되는 셈이지요.



헤드폰 시청회 특성상 참석자분들이 그 차이를 어느 정도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후기를 쓰는 저로서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거의 다른 헤드폰, 거의 다르게 녹음된 음원을 듣는 듯하더군요.

참고로 제 히어링 프로파일은 중저역에 민감, 중음에 약간 둔감,

중고음에 민감, 고음에 약간 둔감한 상태로 나왔습니다.




Claudio Abbado,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Tuba Mirum

Mozart Requiem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이 연주한 모차르트 레퀴엠 중
‘Tuba Mirum’을 ‘사용자 지정됨’ 상태로 들어보면, 선명하고 해상도가 높은음이 펼쳐집니다.
특히 저역이 깨끗하게 들리더군요. 음의 윤곽선이 또렷한 것도 특징입니다.
그러다 ‘중립’으로 바꾸니 갑자기 모든 음이 막이 낀 듯 먹먹해집니다.
저역 해상도는 안쓰러울 정도로 바닥으로 주저앉았습니다.




Collegium Vocale - Cum Sancto Spiritu

Bach Mass in B Minor



콜레기움 보칼레가 부른 바흐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는
제 히어링 프로파일에 튜닝된 소리를 들었을 때 마치 귀 청소를 한 듯 선명하고
정숙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가 부른 'Space Cowboy'의 경우 '중립'일 때 편안하고 포근하며 온기 있는 사운드를 들려줬고,
'사용자 지정됨'일 때 기타 소리의 해상력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결국 제 경우에는 일반 헤드폰으로는 이렇게 ‘먹먹하고 저역 해상도가 낮은’ 상태에서 들어왔다는 얘기도 됩니다.




하이파이클럽 점수는요...




시청회에서는 이 밖에도 누라폰이 내세우는 다른 기능과 성능도 자세하게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비롯해,

저역대를 부스트해 좀 더 콘서트 현장 분위기를 살리는 ‘Immersion’(이머전) 기능,

음악 소리를 약간 줄여 외부 소리,

예를 들어 친구가 하는 얘기를 좀 더 잘 들을 수 있는 ‘Social Mode’(소셜 모드) 기능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시 쿡의 'Vertigo'를 '이머전' 기능을 활성화시킨 상태에서 들어보니

이 곡 특유의 웅장함과 비장미가 대폭 늘어났지만

스마트폰 볼륨을 평소보다 많이 올려야 평소 듣던 음량이 확보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들었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Space Cowboy'를 '이머전' 모드,

그중에서도 최대치로 놓고 들어보면 약간의 부밍이 느껴지긴 하지만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은 확실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머전 모드는 최소로 했을 때가 좋았습니다.



이상과 같은 여러 테스트 결과, 하이파이클럽에서는 누라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총평을 내리게 됐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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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회를 마무리하며





하이파이클럽 리뷰어인 코난은 누라폰을 리뷰하면서 이렇게 갈파했습니다.



"빅데이터와 딥 러닝, 그리고 사물 인터넷을 통해 AI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누라폰은 그런 시대로 전이하고 있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음향 기기에도 적용되고 있는 예다.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누라폰은 이런 개인별 프로파일링을 통해

음향적 개선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사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지 당당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헤드폰의 가장 가까운 미래가 누라폰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렇습니다. 누라폰에서 헤드폰의 가까운 미래, 요동치는 자기부정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곧 이제 유저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만의 헤드폰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시청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